나무의 소리
여의도시인
새만 나는 것이냐
나도 날고 싶다
나도 뿌리를 짜르고 훨훨 내 몸뚱아리를 하늘로 날리고 싶다
그래서 그래서 나도 내 잎사귀로 심심치 않게 바람을 탄다
곰만 눕고 자는 것이냐
나도 한 낮이면 졸리고 응달을 마냥 찾고 싶다
허나 늘 땡볕아래 오가도 못해
그래서 그래서 날 찾아 오는 손님에게
난 늘 어서 쉬라 어서 쉬라 그늘 막을 펴 가며 소중히 만들어 둔다
사람만 죽는 것이냐
나도 죽는다
나도 죽는다
어떤 놈은 내 뿌리 근처에 불 놓고 밥 끓여 먹고
어떤 초동은 대 놓고 내 이불에다 쉬이 소변을 본다
어떤 놈은 내 모양이 좋다고 지들 방 화병 꽂이로 매년 내 살점을 떼어 간다
허나 허나
죽어도 나는 나무다
뉘 집 땔감이 될꼬
뉘 집 가구가 될까
허나 허나 나는 생각하는 나무다
내 전부 담은 액자틀이 되고 싶다
나는 춤추는 나무다
-여의도시인-2022.1.10."나무의 소리"를 적다.
팁:초동(땔나무를 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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