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나무의 소리

여의도시인 2022. 1. 10. 11:40

나무의 소리

           여의도시인

 

새만 나는 것이냐

나도 날고 싶다

나도 뿌리를 짜르고 훨훨 내 몸뚱아리를 하늘로 날리고 싶다

그래서 그래서 나도 내 잎사귀로 심심치 않게 바람을 탄다

 

곰만  눕고 자는 것이냐

나도 한 낮이면 졸리고 응달을 마냥 찾고 싶다

허나 늘 땡볕아래 오가도 못해 

그래서 그래서 날 찾아 오는 손님에게

난 늘 어서 쉬라 어서 쉬라 그늘 막을 펴 가며 소중히 만들어 둔다

 

사람만 죽는 것이냐

나도 죽는다

나도 죽는다

어떤 놈은 내 뿌리 근처에 불 놓고 밥 끓여 먹고

어떤 초동은 대 놓고 내 이불에다  쉬이 소변을 본다

어떤 놈은 내 모양이 좋다고 지들 방 화병 꽂이로  매년 내 살점을 떼어 간다

허나 허나 

죽어도 나는 나무다

 

뉘 집 땔감이 될꼬

뉘 집 가구가 될까

허나 허나 나는 생각하는 나무다

 

내 전부 담은 액자틀이 되고 싶다

나는 춤추는 나무다

 

-여의도시인-2022.1.10."나무의 소리"를 적다.

           팁:초동(땔나무를 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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