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투병일기(치매 간병 일기)

오늘은 쾌청

여의도시인 2013. 2. 16. 12:25

 

오늘은 쾌청

               여의도시인

 

아버지의 방 청소를 하다보니

나의 아버지 베란다  난실 쪽으로 가시려고 슬리퍼를 신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 통로가  비 좁아서 난분을 치실 수 있을 정도지만 그냥 두고 본다

그런 것도 다 운동이고 인지능력에 도움이 될테니까

아버지께서는 창문쪽으로가서 밖을 한참을 쳐다 보신다

나는 내 할일을 다 하고

화장실 변기 청소를 마치려다보니

그새 싱크대 쪽으로 가신 아버지께서 가스 불을 점화하여

가스레인지 위에 얹은 주전자의 물을 끓이고 계신다

'아 커피를 드시고 싶으신가보다'

실수 하시면 더운 물에 델 수도 있으지만

그냥 두고 멀리서 일 하며 살펴보니

물컵에 커피를 넣으시고 주전자의 뜨거운 물을 부으시고

수저통의 숫가락을 뽑아서 휘이 저으시고는

커피잔을 드시고 유유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 가신다

하루 1~2회 커피를 드리지만 오늘은 내 몸이 안 좋다 보니

커피를 안 마시게 되고 그러다보니  커피를 안 드리셨더니

입이 굼굼하셨는지 자신 스스로 타서 드시는 것이다

커피를 드시는 소리가 들린다

날씨가 조금은 쌀쌀하지만 난실 창문을 환기토록 조금씩 열어 놨었는데

아버지께서 밖을 보시는라고 조금 더 열어 놓으신 것이 보여 얼른 조금 더 닫았다

오늘 하루도 세탁과 청소로 오전 시간을 훌쩍 보내고 있다

어젯밤1시경 아버지께서 깨어서 노래하시길래

가서 보니 젓은 옷은 벗으시고 윗 이불을 몸에 감으시고

젓은 요는 밀어 놓으시고는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시는 것이었다

요을 깔으려니 "뭐 할려고 깔아 "하신다

팬티 한장과 내의을 내어 드리고 "얼른 입으세요" 하고 나왔더니 이내 조용하시고

오늘 아침보니 그렇게 입으셨던

내의과 팬티가 젓어서 벗어 옷걸이에 걸어 놓으시고 또 다른 내의를 입고 계셨다

이래서 방은 항상 전기장판과 보일러로 일정 온도 유지를 해야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기 약도 많이 드시게 되고

점심시간이다

오늘은 간만에 여기까지만

 

-여의도시인-2013.2.16."오늘은 쾌청"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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