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이면 오늘 이 시간에
여의도 시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똥이 묻어서 빤스(팬티)를 벗었어"
"어디 여기도 묻었네"
"얼마나 힘들게 벗었다구"
"옷 갈아 입어야 겠네"
"조금 거기도 묻었는데 뭘 갈아 입어..."
"빨아 놓은 옷 많으니까 갈아 입어요"
"얘들 있는데"
"아무도 안 나와요 갈아 입어요"
아버지께서 화장실 들어가시는 자세가 어쩐지 석연치 않다 싶었더니
한참 후에 실수를 하시고
나름대로 처치를 하셨지만 변 묻은 옷을 갈아 입으려 안 하시는 것이다
"왜 하필 오늘...."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들린다
짜증이라기보다는 주일이라서 교회에 가서 예배를 보시려고 화장을 하시던 중이었다
염려가 현실로 된다고 했던가
자주 어디에 가서 급히 일을 보려고 준비를 할 때거나
주일이면 빈번하게 이루지는 일이다
"오늘은 설마"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어쨋거나 어머니 ,아버지 대화를 들어보니 내가 거실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씻고 닦아 드리고 해도 이럴 때엔 아버지의 프라이버시를 지켜 드린다
치매의 특성상 실수를 하신 분이 이를 먼저 발견 한사람에게 뒷처리는 그대로 하게 받아드리지만
자신이 한 실수를 또 다른 사람에게 안 들키려는 것(안보이려 하시는 것) 이 있다
특별히 오늘같이 가벼운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경계하시는 말씀을 아버지께서 먼저 하실때엔
아버지 프라이버시를 지켜 드리며
상황 종료에도 아무 것도 나는 알지못한다는 무표정이 훨씬 안정적일 때가 많다
물론 가벼운 상황이 아니면 부축해서 화장실로 모셔가 샤워 등을 할때에는 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힘이 좋으셔서 거부를 많이 하시기에 내가 나서야만 한다
2인 1조가 되어서 같이해야 힘이 들부친다
아버지의 몸을 젓은 수건으로 닦으시고 옷 갈아 입히시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변비로 나의 아버지 고통스러워 하시는 것 보단 훨씬 낫다
오늘은 가벼운 상황이지만
어떤 때에는 씻겨 드리고 옷갈아 입으시고 10분도 안돼 반복적으로 실수를 하실 때도 많다
그럴땐 나도 이마에 땀이 날 정도다
어머니께서는 교회 갈 준비 중에 일어난 일이라 또 다시 씻으시고 준비를 하시게 되었다
치매는 꼭 그렇다
예고없이 오는 쳐들어 손님처럼 준비된 것이 없어서 마냥 반가워 할수도 없는 것 아닐까
어머니 오늘 사랑을 실천 하셨네요
나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치매드신 어르신들의 경우 대부분이 옷을 안 갈아 입으시려는 이유는
대개 빨래감을 많이 만들어 놓는다는 본인들의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어쩌나 이미 엎지러진 물처럼 그냥 받아 들이시면 뒷 처리가 더 쉬울텐데...
벽에 똥칠 한다는 것은 스스로 본인이 변 실수를 한 것을 남 모르게 처리하기 위해서
본인 스스로 서둘러서 한다는 것이
이 곳 저 곳에 실수를 하고(정상인이 볼때) 그냥 서둘러서
마무리 하는 것이 깔끔하게 못 하시는 것이 대부분이다
치매는 가족이 사랑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흔한 그런 병이다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치매드신 어르신이 곁에 있으시면 다 일어날 수 있는 한 예이기에
당황 하시지 말라고 치매를 처음 당하는 가족을 위해 적어 둡니다
늘 그러려니 하는 맘으로 사시려면 몇 년은 지나야 한답니다
그래도 마음 편히 살아야겠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여의도시인-2012.10.14."왜 하필이면 오늘 이 시간에"를 적다.
오늘은 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서 글만 적어네요 이해 해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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