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세월을 불러 세우려 하니

여의도시인 2009. 8. 25. 21:40

    세월을  불러 세우려 하니

                          여의도 시인

 

내눈 만큼이나 니가 가는 것이 아닌데

내가 니 탓만 하는구나

어쩜 너도 내 탓을 하고 있으려나

 

나는 부쩍 심이 괴로워 한마디 하여 너를 원망도 해보지만 

너는 언제나 그 자리 그대로인데...

  

철마다 바꿔서

화장 하는 너를  껴안고

처음엔 반갑다 반기던 나이더니

애써 얼굴을 돌리고

먹은 마음없이 외면한 채

나를두고 너를 잊고자 하나 다 헛 수고로구나

 

너를 세워두고 두고 또 나를 잊고자 하나

이 또한 내가 한심하고 가련 하구나

 

나는 네가 나를 잊을 줄 알았더니

너는 내 주변을 뱅 뱅 돌면서

팔을 벌려 마주한 입술의 봄처럼  뾰족이 님의 코 끝을 내 밀고 있었구나

 

뙤약볕의 너를 응달로 불러

여름의 해풍으로 시원타 쪼르고 쫄라서 세우려 했더니

너는 이미 나를 보고

내 덮은 거적을 둘둘 말아 버리고

벗음의 한 잎장

한 잎장을 차갑게 냉정이 떨구더니만... 

 

너는 틈타서 눈꽃으로 변하고

시려진 나의 치맛자락 끝의 매달린

내 전라의 잎 모두를 살살 끄러모아

하얗게

하얗게 무겁지 않을만큼

속 떨림 없을 만큼으로

사그락

사그락 

소복히 내 마음처럼 덮고 있었구나

 

오래 오래 있겠다던 임자는 떠나가도 

너는 갔던 길을

잊지 않고서

그냥 그 걸음대로 하염없이 되 오는구나

 

-여의도 시인-2009.8.25.임자는 가도 세월은 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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