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불러 세우려 하니
여의도 시인
내눈 만큼이나 니가 가는 것이 아닌데
내가 니 탓만 하는구나
어쩜 너도 내 탓을 하고 있으려나
나는 부쩍 심이 괴로워 한마디 하여 너를 원망도 해보지만
너는 언제나 그 자리 그대로인데...
철마다 바꿔서
화장 하는 너를 껴안고
처음엔 반갑다 반기던 나이더니
애써 얼굴을 돌리고
먹은 마음없이 외면한 채
나를두고 너를 잊고자 하나 다 헛 수고로구나
너를 세워두고 두고 또 나를 잊고자 하나
이 또한 내가 한심하고 가련 하구나
나는 네가 나를 잊을 줄 알았더니
너는 내 주변을 뱅 뱅 돌면서
팔을 벌려 마주한 입술의 봄처럼 뾰족이 님의 코 끝을 내 밀고 있었구나
뙤약볕의 너를 응달로 불러
여름의 해풍으로 시원타 쪼르고 쫄라서 세우려 했더니
너는 이미 나를 보고
내 덮은 거적을 둘둘 말아 버리고
벗음의 한 잎장
한 잎장을 차갑게 냉정이 떨구더니만...
너는 틈타서 눈꽃으로 변하고
시려진 나의 치맛자락 끝의 매달린
내 전라의 잎 모두를 살살 끄러모아
하얗게
하얗게 무겁지 않을만큼
속 떨림 없을 만큼으로
사그락
사그락
소복히 내 마음처럼 덮고 있었구나
오래 오래 있겠다던 임자는 떠나가도
너는 갔던 길을
잊지 않고서
그냥 그 걸음대로 하염없이 되 오는구나
-여의도 시인-2009.8.25.임자는 가도 세월은 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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