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날 보고
여의도 시인
그 애는 날 보고 축구공이라 했다
이리 차면 이리로 저리 차면 저리로 마구 뛰어 다닌다고
차라리 축구공 너가 해라 했다
그 애는 날보고 날리는 연 같다고 했다
실을 풀어내는 만큼 떠 오른다고 네 꿈이 연이니 했다
그 애는 날보고 등짝을 갈기며
너는 등짝이 좋으니 농부해라 했다
등작이 넓어서 거름도 많이 질거라나
그 애는 날보고 저러다간 장가도 못 간다고 했다
찾아오는 처자에게 도통 관심을 안 두니 그게 남자냐고
그 애는 날보고 어느 날 토라지듯 시집을 갔다
그 애는 날 보고
그 애는 날 보고 '좀 더 참아볼 걸 그랬다' 소문이 내 귀까지
멀리서 이 입 저 입을 돌고 돌아서 냄새처럼 풍겨왔다
그 애는 언제나 나보다 한 수 위였는데 날 보고 혼자 사는 게 부럽다고
너무 부럽다고...
-여의도 시인-2011.2.11. "그 애는 날 보고"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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