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서울숲에 찾아온 봄..
최악의 봄날씨였다는 올해!
때아닌 폭설에 질금질금 내리던 잦은 비에 늘 꾸물거리는 표정의 하늘에 무슨 봄날씨가 이 모냥이냐구 짜증도 내고 투덜거려보기도 하면서 어물쩍 지내버린 봄.
자원봉사 신청을 하여 매주 한번씩 찾아가는 뚝섬의 '서울숲'에도 드디어 봄이 왔네요.
연이은 수상한 날씨 탓에 꽃피는 봄이 올까 의심했지만, 생각해보니 조금 더디기도 하고 순서가 지난 해와 좀 덜 맞긴 헸어도 개나리도 피었다 지고 목련도 얼결에 피었다가 그새 아픈 꽃잎을 뚝뚝 떨구었네요.
선생님 한 분이 무심히 떨어진 목련꽃잎 하나를 주워 입에 물더니 있는 힘껏 숨길을 불어넣습니다.
꽃잎이 무슨 풍선이라구....하는 내 속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빵빵하게 부풀어진 꽃잎....어머나.... 목련꽃잎으로 풍선 불 생각을 한 최초의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어느새 바닥엔 보랏빛 제비꽃 가득 깔리고 한켠에는 자잘한 봄맞이꽃 가득 피어나서 무심히 지나치던 나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토끼풀 꽃으로 만든 꽃반지와 팔찌는 많이 해보았어도 꽃 뒤의 거를 살짝 뜯어내고 거기에 줄기를 쏙 끼워만든 제비꽃 반지는 오늘 처음 봅니다. 자수정반지가 무색하게 호사스런 꽃반지입니다.
큰 나무에 잎이 무성해지기 전 낮은 곳에서 먼저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키작은 풀꽃들이 그렇고 떨기나무인 조팝나무도 이렇게 하얀 꽃을 가득 피워 사람들의 시선을 모읍니다. 울엄니 고향에선 싸리꽃이라고도 하고 긴 가지에 흰꽃을 가득 달고있는 모습이 마치 눈이 흐르는 듯 하다 하여 꽃꽂이 소재로는 '설류화'라 부르기도 하는 꽃입니다. 햇살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환하게 피어나는 민들레지만 돌틈에서 꽃을 피워서 더 기특해보이는 민들레와도 눈맞춤합니다.
햇살이 푸짐하지 못해 진한 향기는 느끼지 못해도 라일락도 숭얼숭얼 꽃봉오리를 매달고, 이 봄을 가장 봄답게 하는 풀또기나무의 화사한 꽃이 마치 만세를 부르는 듯 서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입니다. 고즈넉하기도 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드는 길이지요. 이 길을 걷다보면 그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 길은 내가 존재하지 않게 하는 길인 셈이지요.
거울연못입니다. 마치 호수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지만 실제로는 매끄러운 석재면위로 물이 흐르게 만든 곳입니다. 그래도 마음을 잔잔한 호수이게 하는 효과를 톡톡히 해내는 풍경입니다. 주변 풀밭에 서있는 작품들도 이 풍경 속에 고스란히 들어와 있어서 마치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싶습니다.
눈부시게 하얀 꽃그늘 아래여서인지 혼자인 여인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입니다.
빈 그네처럼 흔들리고 있는 다리....건너보고 싶었지만 어쩐지 혼자서는 조금 쑥스러워 다음을 기약하며 바라만 보았습니다. 그래도 그 위를 봄햇살이 살곰살곰 건너고 있던걸요. 머잖아 노랑꽃창포가 차지할 저 물가엔 막 돋아나는 새닢들로 아슴아슴한 버드나무들...이 역시 제가 좋아하는 봄풍경입니다.
드러나게 인공적이기는 하지만 서울숲을 찾는 많은 이들을 즐겁게하기 위해 곳곳에 꾸며놓은 튤립정원입니다.
아저씨 두 분이 열심히 핸드폰으로 튤립꽃을 담고 계시네요.
지나면서 "남자분들도 꽃사진을 찍으시네요" 했더니 한분이 멋적게 대답합니다. "우리 와이프에게 보내게..."
와~~~남편에게서 꽃사진 배달받는 그 마눌님은 좋으시겠다~~~ 부러움~~~
모처럼 햇살이 고개를 내민 날이어선지 엄마손 잡고 나선 아가들도 많네요. 큰 구조물 속에서 미끄럼도 즐길 수 있는 '거인의 나라'는 단연코 아이들에게 인기 짱인 장소입니다.
연못가에서 일제히 한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무엇일까 궁금하여 그 시선을 따라가보니 이렇게 많은 물고기들이...아저씨 한 분이 무언가를 던져주니 금새 바글바글 모여듭니다.
"아저씨. 여기선 먹이를 주면 안되는데요" 상춘객들에게 그예코 한 소리 하고 말았습니다.
엄니랑 냉이캐러 다녀온지가 꽤 됐나봅니다. 숲 한 쪽에서 냉이가 어느새 이렇게 쑤욱 자라 흰 꽃을 피우고 이윽고는 하트모양의 자잘한 씨앗까지 달고는 가녀린 척 봄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바람은 이런 소리도 어디론가 실어가겠지요.
응봉산의 정자를 바라보며 시원한 물줄기를 쏘아올려대는 분수 다음으로 이 서울숲에서 가장 생동감넘치는 풍경입니다.
한때 이 자리가 뚝섬 경마장이었음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조각품이지요. 맨 뒤에 있지만 금세라도 앞질러 달려갈 것만 같은 모습입니다. 붉디 붉은 튤립의 자리에도 머잖아 다른 꽃이 앞다투어 그 자리를 차지하겠지요.
혼자서 서울숲을 거닐어보는 동안 세월이 조금 흘렀네요.
사무실에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네요" 했더니 누가 그러더군요. "시간이 아니고 그대가 가고 있는 것이여"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봄이 더디 온다고 타박했지만 오늘은 벌써 여름을 느끼게 하는 무더운 날씨더군요.
세월이 너무 빠르다는 사실에 공감하시는 분들.
잠시 짬내어 서울숲을 거닐어보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흘러가는 그 시간 속에서 좀더 행복해지시기 바란다면요.
| |||
농촌진흥청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소중한 댓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