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시인 2010. 5. 4. 23:41

아버지의 허리띠

                 여의도 시인

 

아버지의 허리띠가

바지고리에 걸리지 않고 윗 옷의 중간 쯤에 걸쳐있다

"아버지 바지에다 허리 띠를 메셔야지요"

"아니 조금있다가 배가 내려가면 허리에 매지"

어쩌나 하는수 없이 나는 그냥 지켜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의 아버지 고집도 웬만하셔야지

지난 해 4월초순 쓰러지셨을때에 찬 비에 옷가지가 다 젓었고 허리띠도 젓어 불어있어서

너무 급한 나머지 허리밸트를 가위로 잘라 옷을 벗기던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 후에 밸트를 바지에 매어드렸더니 소변 볼때 스스로 풀지 못해서 하루에도 실뇨가 너무 많은지라

고무줄 넣은 츄리닝이나 하의가 매일  바지를 대신해왔었는데

몇 달전부터 가끔 바지를 입으시더니

허리밸트대신 쨟은 끈을 손으로 아버지 스스로 꼬아서 바지 고리에 매어 사용하시기도 하여 

그냥 두었다가

왜냐하면 옛날에 새끼꼬셨던 기억이라도 날까하여 그냥 두고보기도 했었다

그러다 어머니께서 허리밸트를 며칠 전에 사 드렸더니

글쎄 바지허리가 아닌 윗 옷을 여미는데 오늘부터 사용하고 계신 것이다

아유 또 말씀을 드리면 잔소리 한다고 불평을 하실 것이고 ...

봄 날씨가 저온에서 갑작스레 외기온도가 초여름 날씨로 급변하니 나의 아버지 정신이 안 좋으신것 같다

식욕도 안 좋으신 것 같고

하기사 나도 이렇게 적응하기 힘든 날씨인데... 나의 아버지는 오죽 하실라고

날씨가 이거 너무 심상치않다

분명히 이상 기온은 분명한데 앞으로 어떨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요 며칠새 나의 아버지 상태를 주의깊게 살피느라 꼼짝할수가 없다

몇 시간 뒤에 나의 아버지 허리를 보니 허리밸트가 바지 고리에 매여져서 허리띠가 제대로 매여져 있었다

이제 정신이 돌아 오셨나보다

점심 식사를 차려드려도 안 드신다기에 상을 물리고 식빵을 드리니

빵은 받아서 드신다

벌써 이틀 째 점심식사를 제대로 안드신다

입맛이 없으신것도 요즘 날씨 탓의 영향도 있으리라

얼른 정상적인 봄 날씨가 되어서 나의 아버지 건강이 제 리듬을 찾게 되었으면 좋겠다

 

-여의도 시인-2010.5.4. "봄 날씨가 이상해서 연세 있으신 우리 어르신들께서 힘 드시겠어요"를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