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시인 2014. 4. 13. 04:40

이것도 가져가

 

              여의도시인

잠결에 들리는 아버지의 목소리

방안이 떠 나갈 듯한 큰 주문 외는 소리

참 듣기 싫은 주문소리다

치매를앓으시기전에 하나님을 믿으셨던 나의 아버지

어제 아침 식탁기도에서도 하나님께 기도를 하셨지만

한밤중인 이 새벽에 60년대 믿던 종교의 주문을

이웃은 아랑곳 하지않고 목이 터져라 외고 있는 것이다.

얼른 아버지 방의 등의 불을 환히 켰다

치매는 어둠 보다 빛이 더 효과적이라서 밝은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아버지 왜 그러세요...그만 외세요...동네 사람들이 뭐라고 해요..."등등

말로서 못하게 하려 했지만 그것은 그때마다 더 역효과를 내었기에

이젠 불부터 켜는 것이다.

방안에 널부러져 있는 소변에 젖은 옷가지들..... 요를 만져보니 푹 젖어 있었다

얼른 요를 걷으니

"이것도 가져가 밑에 옷가지도"

이미 내 손은 요와 옷가지를 함께 들려고 하고 있었지만

나의 아버지께서는 젖은 옷가지도 함께 가져 가라고 말씀을 하고 계신 것이다.

다른 이불을 내어 드렸다.

치매는 한 박자가 이렇게 늦기도하며 매번 엇박자가 나는 것이 부직이수다.

다시 한번 큰목소리가 들리기에 불을 켜려 갈까하는 찰나 이내 조용하다.

그냥 주무시려나보다.

빗소리가 시원스레 들린다.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한참들으며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만끽하는 나

이젠 다시 자야지^^ ㅠㅠㅠ 졸립다~

 

-여의도시인-2014.4.13"이것도 가져가'를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