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시인 2013. 2. 23. 14:33

내 속이 후련한 이유

                        여의도 시인

 

"아버님 손님 오신대요 아버님 얼굴 보시러 오신대요 아버님 깨끗하게 머리도 깍으셔야죠...."

이런 말 까지 해가면서  얼른 서둘러 의자에 어버지께서 앉게하고

미용보를 목에  두르고

그 사이 준비한 나는 뒤에서 제수씨가 미용보를 두르자마자 서툰 솜씨지만 이발 가위를 들고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자른다

제수씨는 아버지의 앞에서 아버지의 손,톱을 깍는다

머리가 길어서 어떻게 깍으려 몇번이고 시도를 해 봐도

아버지의 거부로 뜻을 못  이루고

오늘에서야 의자에 앉게하는 작전  성공 어휴~

남들이  보면 아버지를 그냥 방치한다고 말하기 좋을만큼  아버지의 머리칼이 길고 손톱도 길어 졌다

"아버지 머리 좀 깍읍시다"

"아냐 나는 머리를 기르는 중이야

"한번만 깍으세요"

"안 된다니까"

소리를 버럭 지르시고 아예 손도 못 오게 하시고

손톱도 깍으려면 "아파서 안돼 기를거야"하시니

벼르고 별러서 어제 저녁에 바리깡을 손질하고 미리 충전 해 놓고서

오늘 오전을 꼭 깎아 드릴거라고 계획했지만

"여보 머리깎읍시다"

"안돼 남 기르는  걸 깍으래"오히려 역정을 내셨다

얼래고 달래도 안 돼서 아래 층 제수씨 도움을 받기로 하고

내려가서 미리 계획을세웠다

어떻게든 의자에 앉게하고 머리  깍을 자세만 만들어  달라고^^

며느리의 말씀은 잘 들으시는지

 "아까도 깍자고 하는데 안 깍았어"하시면서 그냥 앉으신다

잘 깍든 못 깍든 시작하고

제수씨는 손,발톱 다깍고 더운 물로 씻어 드리고

이발후 머리도 감기고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는데까지 성공

 '어휴 내속이 후련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구정 전부터 전전 긍긍 했더니...

오늘은 정말 근심없이 살겠네~~~

이런  자식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치매드신 어르신들은 알까요^^

 

 

-여의도 시인-2013.2.23."내 속이 후련한 이유"를 적다.